요즘 자전거 타면서 운동 좀 하다 보니, 내 자전거 스펙은 어느 정도 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자전거를 굴리고 다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자전거 쇼핑몰과 카페를 기웃거리면서 정보를 좀 얻고 있다.
그래서 얕은 지식으로 자전거의 대략적인 분류와 저가형 자전거 중에서 선택할 만한 제품은 뭐가 있는지 엉성하게 풀어 보겠다. 뭐 자전거 수리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초보가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를 참조해서 얕게 풀어 내는 수준이라 전문성은 기대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기 바란다.
돈은 없지만 자전거 타면서 운동은 좀 해보고 싶은, 잠정적인 자전거 구매자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겠다.
1. 로드 자전거
일단 자전거를 크게 보면 로드, 산악, 하이브리드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로드 자전거는 쉽게 말해 싸이클을 연상하면 된다.
위의 사진처럼 손잡이 끝이 밑으로 구부러져 있고, 바퀴가 얇다.
싸이클은 한 마디로 포장 잘된 길에서 스피드 싸움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자전거다.
상체를 최대한 달리는 방향으로 구부려서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 하려는 몸부림 자체가 일단 스피드에 포커스를 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인간의 스피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만큼 스피드라는 요소에 집착하다 보니 취약한 점도 많다. 자전거 자체가 일단 가볍고 얇다 보니 충격에 취약하다. 그래서 비포장 길로 접어들면 아무리 고급 사이클이라도 저렴한 산악 자전거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싸이클을 구매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싸이클이 뛰어난 성능을 가졌더라도 주변에 비포장 도로가 많다거나 꼬불꼬불한 골목길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는 그다지 매리트가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전국 일주같은 장거리 여행용으로도 그다지 선호되기 힘들다.
장거리 여행은 스피드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험준한 길과 비바람에도 잘 견딜 수 있는 내구력과 지구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사이클은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가 타기에는 불편하고 안정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속도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꼭 사이클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동네 마실 수준에 속도감에 최적화 되어 있는 사이클이 크게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어쨌든, 싸이클은 스피드를 얼마나 더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운전자의 능력 못지 않게 자전거 몸무게 감량(?)이 중요해서 1kg을 줄이기 위해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데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일반 생활용 철 자전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제품이 즐비한데, 그래도 그나마 10만 원대의 돈을 주고 싸이클의 스피드를 맛볼 수 있는 제품군도 다행히 있다.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보아왔던 자전거 메이커는 삼천리 자전거다.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저렴하게 좋은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던 삼천리 자전거에서 단돈 십이만 원만 투자하면 가져갈 수 있는 사이클 제품을 내놓았다. 위의 사진 속의 하운드 RC 1000 이란 제품이다.
사이클 치고는 초 저렴한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21단 기어를 사용하고 있고, 12kg의 비교적 가벼운 무게로 인해 자전거 도로를 달려보면 꽤 빨라서 드라이브감도 맛볼 수 있다.
지인이 저 자전거 2010년형을 인터넷에서 12만원에 구입했다. 저거보다 두 배는 무거워 보이는 고철 중고 생활 자전거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12만 원이나 지불하는 덤터기를 써봤던 경험이 있는 본인으로서는 새 사이클이 저 가격이라는 게 참 믿기지 않는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격을 물어보면 20만원정도까지 지불해야 가져 갈 수도 있는 것 같아, 온/오프라인 가격차이가 좀 있다.
어쨌든 자체 정비가 가능하다면 기어 조작의 약간의 불편함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가성비가 괜찮은 사이클인 것 같다. 사이클 입문 이전에 사이클 맛뵈기라도 살짝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삼천리 하운드 강추다.
2. 산악 자전거
사이클이 잘 닦여진 길에서 최적화 되어있다고 치고,
만약에 길이 없다면?
MTB라 불리는 산악자전거는 여러모로 사이클과 반대되는 개념의 자전거다. 매끈하고 잘 닦여진 길이 아니라, 산의 좁고 험준한 길을 모험가적인 멘탈로 달리고 싶다면 꼭 선택해야 한다.
일단 산악자전거는 튼튼해야 한다. 속도보다는 내구성이 이 자전거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자전거 자체의 튼실함과 비포장의 길이나 자갈밭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큼직하고 두터운 타이어, 그리고 강한 충격을 흡수 할 수 있는 셔스펜션이 특징인 자전거다
위와 같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셔스펜션은 로드 자전거에서는 보기 힘들다.
여튼, 산악 자전거는 스피드보다는, 험난한 모험에서 비롯되는 외부의 충격에 대한 내구력에 중점을 둔다. 사이클 이상으로 고가 장비가 동원되서 비싼 건 소형차 가격을 훌쩍 뛰어 넘기도 한다.
한국에선 산이 아닌 자전거 도로에서도 의외로, 산악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는데, 일단 미학적인 것보다 안전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인 듯 하다. 말이 자전거 도로지 부실 공사로 파여진 곳도 많아서 빨리 달릴 때 엉덩이가 덜 아플려면 산악 자전거가, 엉덩이에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사이클보다는 유용할 것이다.
보도블록 깔린 거친 인도에도 자전거 파손에 비교적 덜 신경쓰면서 달릴 수 있는 게 산악 자전거다. 그래서 우아한 거리 조성이 더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산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산악 자전거는 당분간 많이 보일 것이다.
다른 산악 자전거를 추천하고 싶었지만 가격대가 만만찮아서 이번에도 삼천리 자전거 하운드 1.0D를 추천한다.(삼천리 관계자로 오해 받을까봐 겁난다;)
삼천리 자전거가 가격대비 품질이 괜찮다. 20만 원대 산악 자전거를 보기도 싶지 않지만, 20만 원대에 디스크 브레이크까지 달렸다는 건 매력적이다.
사이클은 브레이크를 일부러 스무스하게 작동하는 데 중점을 둔다. 왜냐면 급제동이 너무 걸리면 빨리 달릴 때 차체가 가벼워 자전거가 뒤집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근데 산악 자전거는 가파른 산을 내려 가다가 위험이 감지되면 급제동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급제동에 유리한 디스크 브레이크 장착은 진정한 의미에서 산악 자전거의 기본 출발점이다.
3. 하이브리드 자전거
이번에는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한마디로 산악 자전거와 사이클의 교접점에 해당하는 자전거로 보면 무리가 없겠다. 장점은 산악 자전거보다 바퀴가 얇아서 산악 자전거보다 빠르고 드롭바가 달린 사이클보다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산악 자전거보다 충격 완화에 약하고 사이클 보다는 속도가 느리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도로가 그런대로 잘 닦여 있고 기름값도 많이 올라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일명 자출족이 많이 늘고 있다. 그런 환경에 부합해서 하이브리드 자전거 붐이 일고 있는데 출퇴근 용도에 맞추다 보니 사이클이나 산악 자전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점이 있다.
사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기술적인 측면과 가격 폭이 사이클이나 산악자전거 만큼 크지 않아서 ‘눈으로 봐서 이쁘고 마음에 들면 된다’가 주요 초이스 포인트 되겠다.
지겹도록 많이 팔려서 국민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등극한 알톤의 R7을 일단 추천한다.
일단 R7은 이쁘다.
날씬하고 약간 올라온 림쪽을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줘서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12kg이 채 나가지 않는 무게와 25만원선의 가격대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는 편이라 커플들도 참 많이 타고 다니는 것 같다.
하이브리드 형 자전거에서는 알톤 쪽이 역시 강세인데 알톤과 베네통이 손잡고 만든 베네통 피버 5.0도 강추다. 일단 디자인이 좋고 프레임(몸체)의 곡선미가 구매 욕구를 자극 시킨다. 중저가형 자전거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고급 디자인이라 끌린다.
알톤에서 이쁘고 펜시한 하이브리드 자전거만 나오는 건 아니다. 위의 사진의 SUMTAL이라는 제품은 디자인보다 실용성에 더욱 중점을 뒀다. 24단이라는 고 기어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R7보다 낮은 가격이 일단 눈에 띈다. 이쁘진 않지만 머슴같이 듬직한 생김새와 실용성으로, 인터넷에서만 판매하고 단일 사이즈뿐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메리트가 많은 자전거다.
핸들바를 개조하고 랙을 달아서 여행용 자전거에 적합하게 탈바꿈한 썸탈. 저가형 자전거 중에 장거리 용으로도 사용하기 좋은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썸탈이다. 주로 남자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것 같다.
벨로라인에서 나온 하이브리드 ‘슈퍼스타’다. 이 자전거도 심하게 이쁘다. 30만 원 초중반대 가격이라면 모셔올만한 디자인이다. 프레임을 같은 회사의 50만 원 중후반대의 사이클과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드롭바를 일자바로 바꾼 정도의 변화밖에 없어서 제품 자체도 괜찮다.
알톤의 카본 하이브리드 자전거 R9다.
카본 소재의 자전거는 200만원 초반대 자전거도 쉽게 찾기 힘들 정도로 고가이다. 우주 항공 장비에 주로 쓰이는 카본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철보다 단단하며 수명도 길다. 그런 카본을 입혀서 100만원 아래로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R9이다.
물론 종합해 볼 때 비교적 고가의 자전거지만 카본 소재의 자전거를 백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어는 8단 밖에 안되지만 8kg의 자전거 무게는 그런 단점을 충분히 카바하고도 남을 만큼 속도나 휴대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종나 가벼워 보이지?
만약에 100만 원 가까운 풀 카본 하이브리드 R9마저 가격대가 부담된다면 40만 원 중반대의 위의 Q8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앞 포크만 카본이지만 무게는 9kg 정도라서 도로위에서 가벼움을 만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엘파마의 시티 라이프다.
엘파마는 고급 자전거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국내 자전거 메이커다. 요즘 TV 광고도 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품질은 외국 유명 브랜드에 뒤쳐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싼편이라 요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카본 소재의 산악자전거인 환타지아 같은 모델은 프로선수들도 즐겨 타는 추세고 산 타는 아줌마들도 많이들 탄다고 한다.
그런 엘파마에서 만든 고급형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시티 라이프다.
산악 자전거 프레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팬시해서 어쩐지 좀 약해 보이는 저가형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비해 튼튼해 보인다. 돈의 여유가 좀 있는 자출족들이나 튼튼하고 편안한 장거리 여행용 자전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하이브리드형 국내 자전거 중에서 가장 선택할만한 제품 중 하나라고 하겠다.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이 비교적 낮은 좋은 순정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백만 원대의 가격은 오히려 낮게 책정한 것처럼 보인다.
도로가 좁고 경사가 있는, 한국 도로 사정에 맞는 하이브리드 자전거 소개는 여기까지 하겠다.
자전거 관련해서 더 글을 쓸지는 나중에 사정봐서 생각해 봐야 겠다.^^;
부족하나마 자전거 선택의 조그만 도움이 됐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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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알고 보면 종류가 다양합니다만, 용도에 따라 크게 실용과 스포츠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실용 자전거는 가장 일반적인 자전거인 유틸리티, 유틸리티의 고급(?) 기종인 시티 바이크, 그리고 도심지에서의 활용성을 극대화한 미니벨로 등을 포함하죠. 화물운반이나 상업용으로 특화된 모델들도 있습니다만 그건 건너 뛰고...
실용자전거 중에서 요새 인기많은 미니벨로는, 원래 휠(바퀴)의 직경이 작은 시티바이크를 지칭하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요새 많은 미니벨로들이 접이식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접히는 기능까지 있어야 미니벨로다~ 라는 인식도 생긴 듯 하죠?
↑ 직경이 작은 바퀴는 가속하는데 힘이 들지 않아서, 정지-출발이 많은 도심지 통행에 최적인 반면 장거리/고속주행에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변속기어가 아예 없는 고정형도 있습니다).
원래 작은데다 접히는 기능까지 있는 미니벨로는 휴대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에 들고 탈 수가 있어, 도심 통근용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여러 회사들이 정말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죠.
국내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미니벨로만 해도 꽤 다양합니다. 기묘한 형태의 스트라이다, 다양한 제품군의 다혼, 참신한 아이디어의 버디, 저렴하고 쓸만한 스트라타 등등... 그런데 이것들이 이름은 다 같은 미니벨로이지만 성질이 제각각이라, 그 특성을 잘 알아보고 자신의 목적에 최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륻 들어 동선이 "미니벨로로 약 1~2킬로 미터 달린 뒤, 지하철을 타고 학교/직장에 도착" 인 경우라면, 작게 접혀서 휴대성이 좋은 제품이 좋을 것입니다.)
유틸리티/시티의 최근 유행이라면 미국 복고풍 디자인의 "크루저" 정도일까요? 미국인들이 아직 자전거를 타던 시절에 인기있던 "비치 크루저" 를 본따 만든 자전거인데, 디자인도 예쁘지만 안장이 낮아서 안정감이 있고 폭이 넓은 벌룬타이어가 달려 있어 주행이 편안합니다. 좀 무겁지만 대신 튼튼하죠.
스포츠용 자전거는 노면이 좋은 길에서 빨리 달리기 위해 고안된 로드바이크, 노면이 엉망이거나 아예 길이 없어도 갈수 있게 만들어진 마운틴 바이크, 로드와 마운틴의 짬뽕인 하이브리드, 묘기용으로 특화된 BMX 자전거, 그리고 자전거의 왕으로서 장거리용인 투어링 바이크 등이 있습니다.
신체단련을 위해 자전거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경우, 기본은 로드바이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벼운 차체에 빠른 주행속도로, 자전거 운동의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로드바이크, 소위 싸이클링이죠. 바람을 가르며 도로를 달리다 보면, 하루 두시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매일 즐겁게 하게 될 겁니다 (길게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만 유산소 심폐운동의 투탑은 싸이클링과 수영. 하지만 수영을 매일 하려면 비용이 만만챦죠.).
↑ 가벼운 프레임과 폭이 얇은 타이어, 직경이 큰 휠을 가진 로드 바이크. 장거리 고속주행에 특화된 자전거로, 구성부품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200만원 정도면 굉장히 좋은 것을 살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드롭 핸들" 덕에 주행중 손 잡는 자세를 계속 바꿀 수 있어 손과 팔이 덜 아픕니다.
이름대로 길이 있어야 달릴 수 있는 로드바이크에 비해, 마운틴 바이크(MTB)는 노면상태가 열악하거나 아예 길이 없는 경우 빛을 발합니다. 로드바이크보다 강도가 높고 무거운 프레임, 견고하고 작은 휠에 접지력이 좋은 두꺼운 타이어가 달려 있는데, 당연히 도로에서 달릴 경우 로드바이크를 따라가지 못하죠 (보통 시속 30킬로미터 정도). 또 가격도 더 비싼 편입니다.
↑ 무겁고 느린 MTB입니다만, 아뭏든 튼튼하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로드용으로 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MTB보다 빠르고, 로드바이크보다 튼튼한 것이 하이브리드 자전거입니다. MTB의 강한 프레임에다 로드용의 휠을 장치한 것이죠. 이도저도 아닐것 같지만 사실 그 활용도는 높아서, "튼튼한 로드바이크" 로 사용할 경우 대활약합니다 (반면 "가벼운 MTB" 로 사용하기엔 좀...).
BMX 자전거는 심플한 구조의 튼튼한 소형 자전거로, 변속기어가 없는 고정형입니다. 아찔한 스턴트 묘기를 구사하는데 쓰이는 자전거로, 견고함이라는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만 다른 용도로 쓰기엔 애매한 물건이죠.
↑ 안전한 것은 싫다! 프리스타일 자전거 묘기. 산악 다운힐과 함께 위험한 자전거 타기의 쌍벽을 이루는 스포츠죠.
진정한 "자전거 여행" 을 위해서는 투어링 자전거를 한대쯤 장만하고 싶어지죠. 여행에 필요한 모든 짐을 자전거에 싣고, 하루에 80킬로미터 정도를 주파하면서 새로운 경치를 만끽하는 낭만은 비길 데 없는 즐거움...입니다만, 안타깝게도 투어링 자전거는 우리나라에서 입수하기 가장 어려운 자전거인 듯 합니다. 아마 팔리질 않으니 만들거나 수입하지도 않는 것일 테죠.
↑ 장거리 전용 자전거인 투어링 바이크. 투어링 바이크는 다른 자전거보다 짐을 많이 싣고 먼 거리를 가도록 만들어진 여행용 자전거입니다. 따라서 견고한 프레임, 거기에 무거운 화물가방을 걸도록 앞뒤로 튼튼한 화물 랙이 준비되어 있고, 휠이 크고 튼튼하며 타이어의 두께도 두껍습니다. 물통 꽂을자리도 넉넉해야 하고...
↑ 꼭 투어링 전용으로 만들어진 자전거가 아니라도, 기본이 튼튼한 물건이라면 투어링용으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포츠용 자전거들은 실용자전거보다 대개 비쌉니다. 실용과 스포츠용의 접점이라 할 수 있는 모조 MTB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100만원대 이상의 고가품들이죠. 따라서 선택도 신중히 해야 합니다.
실용 자전거는 30분 미만의 단시간 운행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장시간 운행시 엉덩이가 아픕니다), 변속기어가 있긴 해도 구조상 시속 30킬로미터 이상의 고속 주행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관리하기가 편하고 화물 적재량도 넉넉한 편이죠.
반면 스포츠용 자전거는 체중을 안장과 페달, 핸들에 분산시켜 사용자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되어 있어서, 장시간 운행에 적합합니다. (그렇다고 안 아픈 것은 아니고, "덜" 아픕니다).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만 실용에 비해 스포츠용은 주행속도도 빠르죠.
하지만 프레임의 재질상 무거운 짐을 싣는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렵고, 고속주행용이므로 유지보수에 항상 신경을 써줘야 하며, 고가품이므로 도난의 위험이 큽니다. 때문에 요새는 중거리 통근용으로는 미니벨로 중에서 주행성이 좋은 종류를 선택하고, 운동용으로는 비교적 저렴한 입문용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인피자 ZH-500 하이브리드. 뛰어난 가격(40만원)대 성능비로 입문용 뿐 아니라 아예 주력 자전거로 사용해도 손색 없을 정도입니다.
미래(?)의 자전거
미래의 탈것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했습니다만, 현대식 자전거도 (겉보기엔) 1887년산 "안전 자전거" 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죠?
사실 자전거 제작 기술의 발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최신 기술로 만든 카본 프레임 자전거와 1970년형 강철 자전거를 나란히 놓고 보면 외견상 별 차이를 못 느낄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타보면...)
자전거를 구성하는 부품들 중 근년에 가장 집중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진 부분은 아마 프레임일 것입니다. 현대식 자전거의 프레임 재질은 알루미늄 합금, 티타늄 합금, 크롬-몰리브덴 합금, 비금속 소재인 탄소섬유 등등 다양하죠.
가볍고 실용적이라 널리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 좀 무겁지만 튼튼해서 MTB용으로 최적인 티타늄 합금, 꽤나 무겁지만 엄청나게 강해서 투어링용으로 인기 있는 크롬-몰리브덴 등, 소재별로 최적의 용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 사견으로는 자전거 재료로서 가장 유망한 것은 역시 탄소 섬유가 아닐까 싶네요.
탄소섬유와 합성수지로 만든 프레임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가볍고 탄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강한 충격을 주면 깨지는 경우가 있고, 또 탄성이 좋긴 하지만 오랜기간에 걸쳐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가할 경우에도 깨질 수가 있다는군요.
↑ 단위무게당 인장강도가 최강인 탄소 단분자 섬유. 이 섬유로 직물을 짜서 에폭시 등의 합성수지를 부어 굳히면서 성형하면, 인장강도가 높고 극히 가벼운 물건이 됩니다. 짤방은 하필이면 변기로군요.
하지만 점점 많은 회사들이 탄소재질 프레임을 개발하면서 그 성능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고, 프레임의 강도를 높이는 새로운 성형방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깨지는 문제만 해결되면 탄소 소재야말로 자전거 프레임의 왕이 될 것입니다.
↑ MTB용 탄소소재 프레임. 전체가 한덩어리로 성형된 모노코크입니다.
경량화 외에, 자전거를 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행해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일본 시마노의 전자식 기어변속기입니다. 자전거를 올바로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것이 변속기어의 사용법인데, 이게 의외로 까다롭죠 (체인을 빼먹기도 하고...). 그런데 사용자의 조작 없이도 소형 컴퓨터의 제어에 의해 기어 변속이 되는 자전거가 이미 실용화 단계라고 하니, 놀라움+부러움+기쁨+거부감 등 복잡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
"난 늙어서 자전거 페달 저을 힘도 없어! 에구에구~"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회의 노령화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함께 겪게될 시련이기도 하고... 여기서 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 등장.
여기서 하이브리드라는 것은 이 자전거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내연기관+전기모터)처럼 복수의 구동원리를 가진 탈것이라는 의미로, 전기 모터와 사람의 페달젓는 힘을 동력으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MTB+로드바이크의 혼혈이라는 의미인 하이브리드 자전거와는 다르죠.
"평소엔 자전거로 타다가, 스위치를 넣으면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방식인가?" - 옛날 원동기 자전거들은 그랬습니다만 요새 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들은 다릅니다. 사용방법이 일반 자전거와 꼭같아서 페달을 돌리면 앞으로 가며, 전기 모터는 그저 사람의 일을 거들 뿐이죠.
"등장했다" 고는 합니다만 사실 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 소위 LEV는 100년도 넘는 옛날에 발명된 물건입니다. 또 전기 말고 내연기관, 심지어 증기기관(...) 하이브리드 자전거도 만들어져 사용된 바 있구요. 그러고보니 요새는 "원동기 자전거" 라는 말 안 쓰나요?
↑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자전거라는 것은 결국...?" 펠릭스 밀레가 1897년 만든 "모터-싸이클." 무려 래디얼 엔진이 달려있는 하이브리드 자전거입니다. 이처럼 자전거는 오토바이의 조상이기도 하답니다.
오토바이 사용자 여러분, 우리 자전거와 함께 힘을 합쳐 자동차를 몰아내고 도로를 우리 것으로 만듭시다 (농담...일 겁니다, 아마.)
하지만 최신형 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들은 정말 쓸만한 모양입니다. 전기 모터의 도움으로 언덕길도 가뿐하게 올라갈 수 있고, 전지가 완전히 방전된 경우 사람의 힘만으로 페달링을 해도 별로 버겁지 않을 정도로 차체가 가볍다고 하는군요 (리튬 전지는 차체에서 손쉽게 분리되어, 가정에서 충전해 쓰는 방식입니다).
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체력이 약한 이들도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는 용도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아예 소형 차량으로 확장시키는데도 응용됩니다. 일례가 독일제인 "트비케" 등인데, 역시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방식의 삼륜 자전거로서 캐빈이 달려 있는 물건이죠.
"난 균형 감각이 제로라서 절대로 자전거 못 타" 라는 어린이를 위해서, 좀 희한하지만 쓸만한 물건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쉬프트" 라는 자전거인데, 이렇게 생겼죠:
"쉬프트" 는 정지 상태 및 저속 주행시에는 평범한(?) 세발 자전거입니다만, 일단 속력이 붙으면 뒷바퀴 두개가 똑바로 서면서 두발 자전거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두발과 세발의 장점만을 가진 물건이라 할 수 있죠. 성인 사이즈로도 나오면 좋을 텐데...
"난 별난 물건이 좋더라" 라든지 "난 자전거는 체인이 자꾸 빠져서 싫어" 라는 분들은, 이런 체인 없는 자전거도 한번쯤 고려해 보실 수 있겠네요. 체인 대신에 길다란 구동 샤프트를 가진 타입의 장점은 물론 체인이 안 빠진다는 것 외에도 구동부와 지면의 간격이 넓어서 오프로드용으로 좋다는 점, 또 외견상 깔끔하다는 점 등입니다. 단점이라면 체인에 비해 샤프트 구동식은 쬐끔 무겁다는 점(한 500그램 정도) 정도?
↑ 베벨 기어가 들어있는 기어박스로 변속도 자유자재. 사실 샤프트 자전거도 최근의 발명이 아니라 아주 옛날에 발명된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체인 대신 샤프트를 쓰는 오토바이도 있죠.
자전거 제작기술은 이처럼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비약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진 자동차 제작기술에 비해, 자전거의 발전은 너무나 소극적이고 더디다고 말할 수 있죠.
자전거 업계의 우수한 두뇌들은, 그 좋은 머리를 오로지 스포츠 자전거를 어떻게 하면 더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까, 또 미니벨로를 어떻게 작게 접을지만 궁리하는데 쓰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특히 자전거의 최대 취약점인 승차자의 안전 부분에서는 발전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전복/낙차사고 방지용 전자식 브레이크, 전방 위험물 감지센서 등 자동차의 기술을 빌려오기만 해도 구현 가능한 안전장치들이 많은데도 말이죠.
자전거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탈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만, 지금은 안전운행과 안전장구 착용만이라도 철저히 준수해야겠죠.
탈것의 미래
한사람 한사람이 합리적인 탈것을 선택하므로써 절약되는 석유는 엄청난 양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가용 승용차(천이백만대)들이 전부 일주일에 한번씩만 쉬어 준다면, 일주일에 대략 1억 리터의 휘발유가 절약됩니다. 일년이면 52억 리터 (약 13억 7천 갤런) 절약이죠.
에너지 절약에 영 취미가 없는 분이시더라도, 정유회사나 중앙정부에게 엿을 먹이고 싶지 않으신가요? 휘발유가 1년에 52억 리터 덜 팔릴 경우 세금은 4조 7천억원이 덜 걷히고, 정유사 이익은 2조원 정도 줄어듭니다.
태고적의 생물이 오랜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 석유인 이상, 무한할 수가 없는 자원임은 당연합니다.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석유는 이제 바닥이 보인다는 것이 정설이고, 꽤나 어렵게, 비싸게 석유를 채굴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죠. 석유를 아껴서 사용한다는 것은 계속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뒤를 이을 에너지원이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의미입니다.
지열발전이 가능한 핀란드 같은 나라들은, 거의 공짜로 얻는 전력으로 수소연료차나 전기자동차를 마음껏 굴릴 수 있습니다.
일본이나 서유럽 국가들은 잘 발달된 대중교통망으로 석유 없이도 비교적 편리하게 생활을 하겠죠. 미국은... 뭐 알아서 하겠죠. 기술로 안되면 군사력이 있으니까요 ^^;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는 거의 절반이 석유로 만든 것입니다. 실용적인 수소차나 전기 자동차가 등장하더라도, 근본적인 에너지 수급 문제는 해결되질 않습니다* (환경은 훨씬 좋아지겠지만요). 대중교통은 가뜩이나 열악한데다 재투자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믿을 거라고는 자전거 정도인 실정입니다.
(*한국 수력원자력은 향후 발전용 원자로 10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어디에?)
이런 두서없는 포스트를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는 것은,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에너지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으시다는 의미일 겁니다 (아님 자전거를 좋아하시든지...). 여러분들도 자동차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는 미래를 생각하시는 분들 아니신지요?
이 포스트의 취지는 "석유는 곧 바닥난다! 자동차 팔고 내일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하자!" 라는 식의 패닉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쪼끔은 그럴지도;;). 유가가 배럴당 150, 180, 200달러에 육박하고 휘발유 배급제가 실시되는 경우가 닥쳤을 때, 공황상태에 빠져 기름통을 들고 주유소로 뛰어가는 사람들 중에 끼어있지 않기 위해서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교통생활은 가능하다", "석유가 없어도 탈것의 미래는 (비교적) 밝다" 는 지식과 마음가짐을 갖자는 것이죠. ^^ 인간이 석유를 사용한지는 100년 정도, 지금처럼 석유에 목매달게 된것은 40~50년 정도밖에 안됐어요! 이 에너지 위기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인간이 지금보다는 좀더 현명한 행동을 보여야 하겠습니다만... 특히 미국!)
끝으로... 여러분이 집 창고에 세워져있던 자전거를 꺼내서 안장의 먼지를 닦고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때 즐겁게 사용하신다면, 이 워드나 그 자전거에 치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급조한 포스트, 조악한 글 여기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부록: 실전 자전거 타기
포스트 중에서 우리나라의 자전거 사용환경은 열악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이후 확충된 교통시스템은 자전거를 전혀 고려하고 있질 않죠 (2000년대 이후 이 상황이 바뀌긴 했습니다만).
서울의 경우 강남, 강북 할것없이 본격적인 자전거 이용에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여러분의 동선이 테헤란로, 서울 시청, 대법원 등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포함한다면... 미니벨로와 대중교통의 연동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요.
하지만 동선이 한강 및 그 상하류지역에 편중되어 있다면, 또 서울이지만 비교적 나중에 개발된 동네라든지 (개포, 양재, 대치, 일원 등), 아님 자전거 사용을 비교적 고려해서 만들어진 일산, 분당, 수지 등의 신도시 지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라면, 사실상 교통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자전거로 대체하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것도 상당히 쾌적하게!
광역시의 경우, 제가 직접 자전거로 자세히 달려본 곳은 제주도 지역뿐입니다만 오히려 서울보다 자전거 사용환경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혹시 도서지역에 사시는 운좋은 분들이라면... 부럽군요 (오 흑산도!).
그래서.... 여러분의 평소 동선은 어떠신지요?
만약 집 근처 상점이나 학교 등, 아뭏든 편도 5킬로미터 이내의 가까운 거리를 자주 왕복하시는 경우라면 실용자전거가 정답입니다. 경제적이고 활용도가 높죠 (레져용 자전거에 짐 싣기가 얼마나 불편한지~).
편도 2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자주 왕복하는 경우, 즉 출퇴근 이동용으로 자전거를 고려하시는 경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미니벨로를 이용해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노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로드바이크나 하이브리드를 써서 완전히 자전거만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동선을 잡는 것입니다.
동선이 편도 40킬로가 넘어간다면, 왕복할 경우 이미 투어링의 레벨이죠. 만약 이만큼의 거리를 출퇴근하는 경우, 미니벨로+대중교통만이 유일한 방법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내 동선이 얼마나 될까?" - 도시는 의외로 좁습니다. 신촌에서 개포동까지의 거리는 약 17킬로미터, 잠실에서 여의도까지는 약 20킬로미터의 거리입니다. "그것밖에 안돼?" 라고 생각되시는 것은, 자동차의 경우 교통 체증 때문에 이동 시간이 길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하철은 빙빙 돌아서 가기 때문이구요.
서울 근교의 위성도시들 역시 서울과 의외로 가깝습니다. 용인시 (서울에서 20~40킬로미터 정도), 성남시 (서울에서 15~20킬로미터 정도) 등과 서울시 사이는 자전거 도로까지 깔려있어 편리합니다.
인터넷 지도를 사용해서 여러분의 동선을 계산해 보세요. 아마 의외로 짧은 거리일 것입니다만, 문제는 그것이 자전거 타기에 얼마나 적합한 구간이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자전거 전용로를 달릴 수 있다면 최상이죠. 그래서 동선에 한강, 양재천, 탄천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면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강 자전거 도로를 활용해서 최단거리로 달린다면, 잠실-여의도는 여유있게 한시간 정도인 반면 신촌-개포동은 두시간도 아슬아슬하죠. 신촌-개포동이 더 짧은 구간인데도 일반 도로를 가야하는 구간이 더 많아서 더 오래 걸리는 것입니다.
자전거 전용로가 아니더라도 좋은 길이 있을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기 좋은 길은 급경사나 시야가 안좋은 골목이 없는 (차량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므로), 보행자가 적은 한적한 길입니다. 자전거가 벌써 한대 있다면 한번 여유롭게 답사해 보므로써 최적의 루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전거 통행에 최악인 도로는? 최우단차선이 불법주차 차량이나 지하철 공사현장 등에 의해 점거되어 있는 도로, 그리고 급경사입니다 (올라갈 때 힘든것은 물론이고 내려올때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구간을 꼭 지나야만 한다면 차라리 하차해서 자전거를 끌고 인도를 걷는 쪽이 낫죠.
물론 길이 아무리 좋아도 자동차 전용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면 안됩니다. 88도로, 내부순환로, 동부간선 등등 자동차 전용로에 들어가면 경찰이 잡아갑니다. 자전거는 차량이긴 해도 자동차는 아니니까요 (하긴 누가 거길 자전거로 갈까 싶긴 하네요).
대충 동선이 나오셨나요? 편도 20킬로미터 이상이거나 5킬로미터 이내이신 분들은 별로 망설이실 일이 없는 반면에, 딱 그 가운데인 10킬로미터 부근이신 분들은 실용과 레져 중에서 갈등을 하게 됩니다. 이럴때 상담하면 좋은 상대가 자신의 지갑과 건강상태라고 하더군요 (돈이 없으면 실용 노선, 운동이 절실할 경우 레져 노선).
필요한 자전거의 종류가 정해졌으면 먼저 그 종류 자전거에 대해 일주일 정도 연구를 해볼 차례입니다. 요새 인터넷에는 자전거 관련 정보가 풍부하니까, 어떤 모델이 좋은지, 또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등을 알아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자전거 관련 잡지를 한권 사보면, 자기 집/직장 주변에서 가까운 자전거 전문 가게를 찾는데 좋습니다.
살 모델이 대충 정해졌고 가격도 파악이 됐으면 사러갈 차례입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해도 좋지만 이경우 자신의 신체 치수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기가 힘들고, 핸들과 안장의 위치를 맞춰줄 사람도 없죠. 다른건 몰라도 프레임의 크기가 자기 신체에 안 맞는 경우(특히 레져용) 두고두고 고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문가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니벨로의 경우 신체치수는 별로 문제가 안되는 반면, 차의 실제 크기를 파악하고 사야 나중에 후회를 안합니다. 바퀴가 16인치다, 20인치다 해도 실제 차의 크기가 어떤지, 또 무게가 어느정도인지 모르고 덥썩 샀다가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어려운 경우도 생길 수 있겠죠? 서울에서는 산바다(OMK)자전거 같은데 가면 미니벨로를 많이 진열해 놓은 모양이더군요.
이 길이가 15인치다, 17인치다 하는 것을 알면 자전거 프레임의 전반적인 크기, 그리고 사용자 신체와의 궁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올려놓은 표가 대충 도움이 됩니다만, 웬만하면 한번 직접 물건을 보시는 쪽을 권합니다.
|
다리 길이* |
적당한 프레임 크기 |
바퀴 직경 | ||
cm | 인치 | cm | 인치 | 인치 | |
53-66 | 21-26 | 33 | 13 | 20 | |
61-74 | 24-29 | 41 | 16 | 24 | |
61-74 | 24-29 | 38 | 15 | 26 | |
64-76 | 25-30 | 41 | 16 | 26 | |
66-79 | 26-31 | 43 | 17 | 26 | |
69-81 | 27-32 | 46 | 18 | 26 | |
71-84 | 28-33 | 48 | 19 | 26 | |
74-86 | 29-34 | 51 | 20 | 26 | |
81-94 | 32-37 | 56 | 22 | 26 | |
|
다리 길이* |
적당한 프레임 크기 |
바퀴 직경 | ||
cm | 인치 | cm | 인치 | 인치 | |
69-79 | 27-31 | 48 | 19 | 26 | |
74-84 | 29-33 | 53 | 21 | 26 | |
79-89 | 31-35 | 58 | 23 | 26 | |
|
다리 길이* |
적당한 프레임 크기 |
바퀴 직경 | ||
cm | 인치 | cm | 인치 | 인치 | |
71-81 | 28-32 | 50 | 19.5 | 27 | |
76-86 | 30-34 | 55 | 21.5 | 27 | |
81-91 | 32-36 | 58 | 23 | 27 | |
86-97 | 34-38 | 62 | 24.5 | 27 | |
* 다리길이는 가랑이에서 발바닥까지의 거리입니다. |
(만약 바퀴 크기가 안나와 있다면....MTB는 대개 26인치, 로드바이크는 27인치 정도고 쥬니어 MTB는 24인치 안팎입니다.)
실용자전거를 살 경우, 크기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몸에 맞추는 것은 주로 안장의 높이 조절을 통해서 하게 되죠. 일반적으로 페달을 밟고 다리를 쭉 폈을 때 (즉 그쪽 페달이 아래로 내려갔을 때) 무릎의 각도가 20도 정도로 굽어 있으면 최적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실용자전거의 경우엔 꼭 그럴 필요는 없고 또 디자인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스포츠 자전거의 경우 내려야 할 결정은 많기만 합니다. 프레임의 재질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브레이크는 어떤 종류가 좋은지, 핸들바의 디자인은 어느것이 최적인지 등등. 이런 사항은 전문 점원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되도록 좋은 물건을 사되 과소비는 피하자" 가 정답입니다 (말은 쉽다!)
"처음 살 때 최대한 좋은 것으로 사야 나중에 또 사지 않는다" 며 소위 중복투자를 피하자는 명목 하에 첫 자전거를 천만원짜리 티타늄 MTB를 사는 사람도 보았습니다만, 그 기능을 얼마만큼 활용하게 될지는 미지수죠. 물론 타면서 누리는 즐거움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OK입니다만...
사실 다운힐용 MTB가 아니라면 강도보다는 경량화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정답 아닐까 싶습니다. (애당초 산에 갈 것이 아니라면 MTB일 필요도 없구요. 하이브리드나 로드면 충분!) 프레임은 무겁고 아주 튼튼한 것보다, 꽤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것이 좋다고 보는데, 즉 카본이나 알루미늄 정도면 충분할 거라는 거죠.
혹 카본이 "부러질 수 있다" 는 이유로 사용을 꺼리는 이들도 있고 저도 실제로 부러지는 경우도 봤습니다만, 오프로드 환경에서 과격하게 사용하거나 체중을 실은 "댄싱" 을 과도하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부러질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또 알루미늄은 가볍고 실용적이며 값도 싼 편이죠.
다만 핸들바의 경우 너무 가벼운 것보다는 약간 무겁더라도 튼튼한 재질의 것을 권하고 싶네요. 자전거가 넘어질 경우 핸들바가 의외로 잘 깨지는데다, 핸들바에는 여러가지 액세서리와 화물칸을 설치해야 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량화 카본 핸들은 이래저래 제약이 많아요~
브레이크는 생명과 직결된 부품입니다.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와 기계식 디스크 브레이크, 림 브레이크 등이 있는데, 디스크 브레이크는 제동력은 발군이지만 비싸고 무겁습니다. 림 브레이크는 가볍고 값도 싼편이라 인기가 좋죠. 유지 보수도 용이하고...
구동부도 굉장히 중요한 부품이지만 사실 성능보다는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입니다. 일본 시마노 사의 제품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있는데다 신뢰성도 높아서, 아마 십중팔구 시마노 제품을 쓰시게 될 겁니다.
거기에 달린 것이 페달. 문제는 클립을 쓰느냐 마느냐 하는 것인데.... 페달을 밟을 때 뿐만 아니라 페달을 올릴 때에도 힘을 줄 수 있게 해주는 부품이 페달 클립이죠. 페달 클립이 없는 페달의 경우, 한번에 한쪽 다리만 힘을 줄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거추장스런 클립이 없어도 양다리로 동시에 페달을 저어줄 수 있게 해주는 "클립리스 페달" 이란 물건이 있습니다. 신발 바닥과 페달이 서로 맞물리도록 되어 있는 방식인데, 숙련될때까지는 좀 불안합니다만 (페달에서 발을 떼기가 어려우므로)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아주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고 바퀴(휠). 원하는 타이어의 종류에 따라 휠도 결정되죠. 로드 바이크와 하이브리드의 경우 대개 27인치, MTB의 경우 26인치 직경의 휠을 쓰게 됩니다. 직경이 큰 휠은 일단 가속이 붙으면 쌩쌩 달릴 수 있고, 직경이 작은 휠은 속도보다는 민첩한 조종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죠.
휠의 강도는 탑승자의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인지라 거의 모든 제품이 우수한 강도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가벼우냐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지갑과 상의를 하셔야 할 부분이죠.
서스펜션 (쇽) 은 옵션입니다. MTB의 경우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장치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앞에만 붙어있으면 "하드테일", 앞뒤로 붙어있으면 "풀 서스펜션" 이라고 하는데, 다운힐 등 본격 산악용일 경우 풀서스펜션을, 산보다는 길을 많이 가는 크로스컨츄리용 MTB일 경우 하드테일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 자전거의 경우 프레임 한가운데에 서스펜션이 위치하고 있네요.
풀 서스펜션은 주행중 진동과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안락한 반면, 무게가 제법 되고 비싼데다 자전거의 가속성능을 저하시킵니다. 반면 서스펜션이 하나도 없는 리지드 타입일 경우, 자전거가 받는 모든 충격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몹시 피곤하죠.
서스펜션 부품은 서스펜션 내부에 들어있는 완충물질이 뭐냐에 따라서 (공기, 엘라스토머, 스프링 등) 가격 차이가 있습니다. 마모되면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게 좋겠죠.
간략하게 소개를 드렸습니다만, 자전거에 대해서는 우리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가 나와 있고 또 동네마다 동호회가 있어서 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 동호인들끼리는 굉장히 친절합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시고, 자전거 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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